중미 여행/벨리즈

너무나 조용했던 샌 페드로 섬

김 항덕 2020. 7. 26. 03:07

벨리즈는 과거 영국의 후손과 

아프리카 노예 출신 흑인들과의 혼혈인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이들이 쓰는 영어도 많이 변해서

 전통 영어의 문법하고 아주 다르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수많은 이주자들이 들어와 있으며 영주권 받기도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최초의 이 나라는 수백 년 전

 카리브해를 무대로 주름잡던 영국의 해적들이 본거지로 삼은 땅이었다

그래서 이 땅은 최초의 이름이 British Honduras로 알려져 있었다,

이후 1981년  독립하여 벨리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영화 빠피용에서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던 감옥을 탈출해 

조그만 배로 가려 했던  목적지가 바로 British Honduras였다

즉 지금의 벨리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심심해지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벨리즈의 샌 페드로섬으로 

  온 것이 약간 후회도 되기 시작했다,

작은 섬이며 조용히 쉴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관광객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겨울철이며  휴가차 따듯한 곳을 즐겨 찾을 여행객들은

 아예 이곳을 모르는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끔 선글라스를 끼고 

금발의 백인 여자가 골프카를 몰고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띤 것 말고는 정말 한적했다,

이곳이 많이 알려지지 않는 곳이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 곳인 줄은 몰랐다,

 

 

이곳의 아침도 조용히 다가왔다,

그 어느 여행지보다 더 조용히 다가온 아침이었고 평화로왔다,

유난히  호텔 창가 쪽에 높이 자란 나무 사이로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늑히 들렸지만 

그마져 힘없이 들려온다,

 

 바닷가를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서 

스노클링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다른 여행지에서 

스노클링을 하게 되면 20여 명이 한 조가 되어 바다로 나가 물속을 탐험하곤 했는데

 이번엔 나를 포함 같이간 일행 4명만이 

바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만큼 이곳은 사람이 드문 여행지였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다,

 

스노클링을 하러 갔기 때문에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배를 달리면서 물 속에 만들어진 제방을 보았다

 그 안은 산호초가 자연적으로 만든 

바닷속의 긴 제방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드물게 산호초가 

섬 앞쪽으로 길게 제방을 쌓아두었기 때문에

 늘 섬 앞바다엔 파도가 크게 일지 않는다,

항상 잔잔하고 따듯하다고 한다,

 

5일 정도 이곳에 머물기 위해 

이미 호텔 값을 지불한것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틀이 지나고 난 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나 한가하고 조용했다,

밤이 되도 첫날처럼 호텔 주변에서 시끄럽게  노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확실히 이곳 주민들만 아는 

또 다른 이곳의 멋이 없을까,, 

맘을 크게 먹고 좀 더 특별한 이곳에서의

 좋은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 홀을 보기 위해 

여행사를 찾았는데 배로 가는 건 너무 멀어

 갈 수가 없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바용이 200불 이라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불루 홀을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비행기 위에서 구경하고 돌아오는 것이라 한다,

여기저기 몇 군데를 더 가서 물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 나는 꽃마을로 불리는

 서울 근교의 왕 씨들 마을에 살았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길쪽에 저수지가 하나 있었다,

 

아버지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에게 

저수지엔 절대 가지 말라고 언성을 높이시며 말을 하곤 하셨는데

이유는 매 해마다 그 저수지에서 

꼭 두 세 명의 사람들이 빠져 죽는다는 거 였다,

거의 외지 사람들이 이곳에 놀러 와 사고를 당하곤 했지만

 아들인 내가

 그곳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아버지의 걱정 때문이었다,

 

여름이면 동네 친구들과 형들하고

 그 저수지를 거의 매일 같이 찾았다

 늘 아버지께는 거짓말로 난 그곳을 가지 않았다고 말을 하곤 했다,

하루는 바로 아랫집에서 비닐하우스를 하며 살고 있던 

일식이와 함께 무더운 여름을 식히기 위해

 그곳 저수지로 향했다,

 

일식이는 나와 당시에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까운 아랫집에 살던 부모들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다,

일식이와 난 늘 그랫듯 옷을 벗어던지고 

물에 띠어 들어가 놀고 있었는데

동네 아는 형이 갑자기 물놀이를 하다말고

 산속에 숨겨 놓은 예쁜 돌을 찾으로 간다는 거였다,

나도 갑자기 물에서 나와

 그 형하고 같이 산에 숨겨 놓은 예쁜 돌을 찾아가기로 했다,

물속에는 일식이가 남아 있었는데 

내가 같이 가지 않을래? 라는 말을 정확히 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 

작은 절을 지나 한 달 전에 몰래 숨겨놨던 

이쁜다고 생각했던 작은 돌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세 시간은 금세 어두워졌고 내려와야 할 정도로 껌껌해졌다,

 

몇 개의 돌들을 주어서 산을 내려왔는데 

우리 집에선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침에 나간 애가 보이지 않았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사이 저수지에서 그만 사고가 나도 말았는데

 바로 일식이가 물에 빠져 죽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저수지가 위험했던 것은 

아래쪽에 농사하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수시로 물을 빼내는 일이 많았는데

 경고를 무시하고 놀다가

 급히 빠져 내려가는 무서운 물살에 의해 빨려 들어가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식이도 같은 사고를 당한것이다,

이 사건 하나 때문인지 

그 이후로 물놀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스노클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아마도 다른 놀이가 있었다면 

이번의 스노클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노클링을 한 그 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어릴 적에 있었던 잔인했던 충격을 말해 주었고

 물놀이만큼은 정말 조심해서 하자는 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