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에피소드

자메이카 수도인 킹스턴의 살벌했던 두 블록

김 항덕 2020. 7. 28. 05:05

 

 

자메이카 수도인 킹스턴 공항에 내리고

 바로 마라화나 냄새를 맡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라화나가 온 도시를 휘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마리화나는 미국 말보로 담뱃값보다 더 싸고

 온 도시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토요일이면  어느 정치인이 

온 도시에  마이크에 대고 시끄럽게 떠들어 된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에 시끄러워 늦잠을 자지도 못했다, 

이상한 나라다,

 

 라면을 사러 마켓을 갔을 때

 철망으로 이중 삼중으로 막혀있어 편하게 라면도 사지 못했다,

내가 가본 나라 중 가장 위험했고 

지금까지 여행객들에게 이곳 킹스턴 만큼은 여행을 가지 말라고 권하는

 그런 나라다,

 

레게 음악의 나라이며 마리화나의 나라 자메이카에서 생긴 이야기다, 

 

레게 음악을 배우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이

 자주 온다고는 하지만

 관광객들을 직접 거리에서 본적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여행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것도 없지만 여행을 할수도 없는 나라 같았다,

 

난 게스트 하우스 주인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간 발이 되어줄 가이드 겸 운전사를 찾았다,

4일간 150불을 주기로 하고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곳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간 바로 그 날

 내 또래 되어 보이는 일본인 남자는 이곳이 여행했던  많은 곳 중 

가장 위험해서 어디를 걸어 다니기가 무섭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달 전 일본 여자가 

이곳 어느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는데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가해자들을 잡지도 않았다며 치안 상태도 너무 엉망이라고 했다

 자기는 다행히 내일 돌아간다며 나에게

 조심해서 다닐 것을 당부했는데 

그의 안경낀 눈빛은 약간 두려워 하는 눈빛이었다,

이렇게 여행 중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흑인의 나라 자메이카를 여행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인 가이드와 이곳저곳을 목적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이드는 나에게 저곳 모퉁이를 돌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전에 일본 여자 죽었다고 했다,

 

나는 그곳으로 가보자고 했고 마침에 

차 안에서 멀리 그곳을 보게 되었는데

그곳은 사람들이 질서 없이 마구잡이로 다니고 있던 노천 시장터였다,

치안이 나쁜 이 나라에선 저런 곳은 틀림없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늘 일어날 것 같은 곳이다, 

보기만 해도 무섭고 답답해 보이는 곳이었다,

 

 저 길을 통과하는게

 정말 위험내냐고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은데 외국인들이 지나가면

 많이 털리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엔 경찰도 도둑이라고 했다,

저런 곳은 자메이카인들도 가는 사람들만 가고 자기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왠지

저곳을 한번 지나가 보지 않고서는

이 나라에 왔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이곳이야말로 진짜 자메이카다운 모습인 거 같았다

꼭 저런 위험해 보이는 곳을 한번 지나가 봐야 직성이 풀릴거 같았다

설마 뭔 일이 일어날까,,,,,

 

"좋아 그럼 내가 한번 지나가보고 싶으니까,,

 두 블록 떨어진 건너편 길 쪽에 

차를 대달라"고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지갑은 물로 들고 다니는 카메라와 여권까지 차 안에 두고 내렸다 

케시오 싸구려 손목시계만 착용했다,

그리고 정확히 20분 지나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좀 피해 볼까 하고

 챙 넓은 모자도 썼지만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내가 영락없는 외국인 거 같았다,

 

나를 내려준 가이드의 차는 이미 저 앞으로 사라져 버렸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했고

 나는 저 깊은 정글 같은 위험지역으로 걸어서 

두 블록을 어떻게 해서든지 통과해야 한다,

 

지나가면서 사람들은 

일부러 나를 툭툭 치고 가는 듯 함을 느꼈다,

그리고 검은 피부에 검은 눈동자들이

 나를 따라 오는 느낌은 너무나 섬뜩했다,

 

상인들이건 지나가던 사람들이건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그들과 눈과 마주칠 때마다

 눈을 피해야만 하는 공포감이

 이곳을 걸어가는 내내 있었다, 

어깨엔 왠지 힘이 빠졌다.

바로 이곳 근처 어디에서 일본인 

여자가 이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곳이다,,

 

자메이카인들의 머리 모양은 미국의

 흑인들보다 더 특이하고 무섭다,

레게 음악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흑인의 머리를 꽈배기처럼 꽈서 여러 갈래로 쭉 내려놓은 

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난 아직 이런 모습의 자메이카인들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생긴 모습과 레게음악, 

그리고 머리 스타일과 옷의 색깔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들의 복장은 내 눈엔 유난히 불량 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손과 입엔 늘 마리화나가 붙어 있다

 

이런 주민들의 모습이 아주 독특하게 보이지만 

몹시 가난한 나라이기도 했다, 

길거리 전체에 가난함이 묻어 나오며

거리의 사람들은 몹시 지쳐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전부 흑인들의 집단이며

무서운 산적들의 소굴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두 명의 꼬맹이가

 나를 따라붙었고 돈을 달라고 한다,

난 없다는 말도 하지 않고 손으로만 저리 가라는 표현만 했다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만 걸어가고 있었다,

그 꼬맹이들은 언 듯 

나의 뒤 주머니와 앞쪽 주머니를 빠르게 검사했을 거 같았다,

아무것도 있지 않았음을

 이들은 알았을 거 같다

누군가는 큰소리를 치며 달려들고 

물건을 빼앗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난 아무것도 없다는 시늉을 하며 

빠르게 걸었다,

두명의 꼬멩이들은 어느덧 네명으로 늘어나며 귀찬게 하고 있었다

 

10m를 지나가기가 너무 멀게 느껴진 곳이었다,

이곳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이 서늘함을 느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또 있었다,

나의 가이드가 제발 시간에  와 주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민박집 주소도 모르고 

여권과 지갑도 그 택시 안에다 전부 두고 내렸다, 

가이드가 오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진다면

 나는 민박집도 찾아가지 못할 것이고

 돈도 잃어버리고 위험한 이곳에서

 헤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이드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데....

만약 무섭고 살벌했던 두 블록을 걸어 나왔을때

 오늘 처음 만난 이 흑인 가이드가 도망가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난 이곳에서 어떤 

고생을 해야 할지 짐작만 해도 무섭고 아찔했다,

 

살벌했던 이 길을 통과 해보고만 싶었지 

진짜 중요한 건 차 안에다 다 두고 온 것이 후회가 됐다,

만약 이 가이드가 안 온다면,,, 어떡해야 하나,..

뒷쪽에선 꼬마들이 계속 달라붙으면서 뭔가를 달라고 한다

드디어 두 블록을 걸어 나왔다,,

 

약속 장소에 와 있지만, 가이드는 아직 안 온다,,,

시간이 3분,4분 정도 지났는데…. 

왜 안 올까, 누굴 이렇게 애타고 초초하게  

간절하게 기다려 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이드의 그 초라하고 

작고 덜컹거렸던 고물차가 내 앞으로 다가섰다,  

정말 다행이었다,

차를 타고 뒷자리에 던져 놧던 배낭을 먼저 찾앗다

내 작은 배낭은 다행히 그 자리에 있었고

 비로소 내가 지나온 

그 두 볼록의 거리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아직도 그 귀찮게 따라붙던 꼬맹이들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보였다,